일상

자격지심에 날아가 버린 선물

IamDreaming 2011. 1. 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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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남자친구는 동갑입니다.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와야 하기때문에 취업을 하는 시기가 여자보다 2~3년 늦어지죠.
남자친구와 처음 만났을때 저는 직장 3년차였고, 남자친구는 대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연애 초에는 나름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혼할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 대딩(?)을 만나 될까? 취업도 안했고, 취업이 될 지도 모르고 잘못된 선택인가? 고민스러웠습니다.
주위사람들에게도 몇명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답은 두가지!

- 니 나이 아직 어리다. 좋으면 그냥 만나라!
- 니 나이 어리지 않다. 2~3살 많은 사람이 경제력도 갖추고 있을뿐더러 미래도 투명하고 좋을꺼다. 헤어져라.

이 두 가지 상이한 의견속에서 고민고민했지만, 남자친구가 참!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 남자친구와 연애초기 소주를 한잔(?)하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남자친구  : 내 나중에 취직하면 우리여자친구 가방 좋은거 한 개 사줄께!!


아~ 거짓말이라도 달콤한 이 말! 그냥 기뻤습니다. 마음이라도 감사했습니다. 

남자친구는 무사히 취업을 잘 했고, 연봉이 저보다 2배나 많습니다.
아직 그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고 있는데, 그렇다고 제가 약속 지켜라 조르지도 재촉하지도 않았습니다.
취업 후 6개월 후, 이제 여유가 생긴 남자친구는 본인이 제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가방을 진짜 사줄려고 벼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방이란데 최고한 몇십만원은 하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입니다.
남자친구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진짜 사주려고 말을 꺼내는 겁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혼자 고르면 제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으니, 같이가서 봐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나질 않았습니다.

남자친구 : 언제 백화점 가면 좋을까?
꿈꾸는 자 : 어? 모르겠다. 그냥 내 몰래 사서 주면 안되나?
남자친구 : 내가 혼자 사러고 해도 내가 사용할 물건이 아니라 함부러 사기가 그렇다. 본인이 직접 보고 사야 잘 들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안 받는단 말은 안 하네? ㅋ

꿈꾸는 자 : 뭐? 내가 사달라 했나? 니가 사준다고 해 놓고! 더러워서 안 받을거다
남자친구 : 뭐 더러워? ㅡㅡ; 내가 뭐라 했다고 그러는데!

그리고 한참 공백이 흘렀습니다. 

# 제가 속물이 된 것 같기도 하고
# 그런걸 바라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 
# 내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인데 그냥 필요가 없어서 안 사고 있는 물건이었기도 하고,
# 내 월급에 좋은 거 따지기도 싫었고


암튼 그  자격지심이라는 게 갑자기 발동을 했던 겁니다. 남자친구는 사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저 장난한 그 한마디에 제가 그만 큰 실수를 하고 말았죠! 남자친구는 기분이 나빠져서 따지고 들었죠.
그리고 2분 후 제가 급사과 했습니다.

꿈꾸는 자 : 미안하다. 내가 괜히 자격지심에 속물처럼 느껴서 나도 기분이 안 좋았다. 가방 그거 내 돈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는거니까 안 받을께. 필요하면 내가 카드빚을 내어서라도 내가 살께. 이제 뭐 사달라고 안 할께. 내가 집에서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런거 살 수 있다.


암튼 저의 사과에 남자친구는 두 말 않고 잠자고 있더니 알겠다고 하며 쉬겠다고 합니다.
갑자기 몰려든 저의 자격지심.

학생인 남자친구와 사귈 때는 몰랐던 이상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학생이었던 남자친구에서 나보다 연봉 높은 남자친구의 행동이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봅니다.
아니면 상대적으로 작은 제 연봉에 스스로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구요.

그냥 사준다고 하면 감사히 받을 것이지 저의 이상한 자격지심이 급~! 발동하여 일이 꼬여 버렸습니다.
사람의 사회적 위치가 바뀌고 그의 능력이 바뀌고 그의 행동이 바뀌면 그 순간순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도 바꿔야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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