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엄마가 아프니 아빠가 잘합니다.

IamDreaming 2010. 12. 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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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후방십자인대 파열로 엄마가 한달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가게를 운영해왔는데 엄마가 없으니 아빠 얼굴이 초췌해져 갔습니다.
다 큰 딸이 있지만, 엄마만큼 할 수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든 딸은 아침밥도 제대로 안 챙겨주고 그대로 회사에 가버리면 땡!입니다.

엄마와 함께 가게을 열면 항상 오후2시쯤 돼 낮잠을 자던 아빠.
낮잠자다 슬~다시 나와 일하다 엄마랑 스타일이 안 맞으면 한바탕 다투기도 많이 했었죠.
그리고 저녁이되면 친구들이랑 소주 한잔씩 했었죠. 그것도 거의 매일이요.

근데 엄마가 병원에 있으니, 낮잠을 잘 수 없고, 하루종일 가게 일만 해야하고, 밤에 소주한잔하는것도 피곤한 일상이 되어 버렸죠.

그러니 슬~ 엄마의 존재가 고마워 졌나봅니다.
그래서 한동안 무척 엄마한테 잘 하셨어요.
엄마가 퇴원하니 아빠의 초췌한 얼굴이 다시 돌아오더군요.

그러다 한달 쯤 지나니 다시 예전처럼 천하태평의 본래의 모습데로 되돌아 왔어요.
그래서 엄마랑 저는, 아빠가 얄밉기도 했었고, 철이 없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엄마가 다리수술 후 퇴원하고  두달 뒤 엄마에게 달팽기관 이상이 생겼는지 어지러워 일어서지도 못하는 이상한 병이 찾아왔습니다.
이건 다리수술보다 더 심각한 것이어서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니 걱정입니다.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아빠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다른것보다 엄마한테 큰 일이 있을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렇게 원인모른체 1주일이 지나고, 찾아찾아간 명한 의사한테 진찰을 받고 엄마는 서서히 기분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기분이 너무 좋다며 맥주집에서 맥주한잔을 하십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이 싸우고, 서로 미워하던 두 분이었는데, 이제 사이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미워서 미워했던거라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애정와 애증으로 사셨던 거겠죠.
너무 많이 싸워, 왜 같이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한 저였습니다.
젊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다른 부부들은 늙으면 늙을수록 그렇게 서로를 위한다고 하는데
한달전까지만 해도 우리 부모님은 누가 누가 잘했니! 하며 말다툼하셧습니다.
말다툼이라기보다 보수적인 아빠의 하소연이었는지도요.
엄마가 아프시니 뭔가 달라졌습니다. 서로의 존재가 너무 고마우신 모양입니다.
아빠는 예전보다 엄마 생각을 훨씬 많이 합니다. 엄마가 더 이상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엄마가 아프니 아빠가 잘합니다.
아빠가 초췌하니 엄마가 더욱 신경을 씁니다.

엄마, 아빠가 화목해지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게 두분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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