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국어시험지의 단골 메뉴였다. 근대화를 거치며 우리가 겪어야했던 부와 빈의격차,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가난, 사회의 부조리... 수능생이었던 그 시절, 아마 그때는 이 책에 대해 주제를 파악하는 일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이 책의 제목을 대한지 10년만에 책을 직접 손에 넣고 읽었다. 읽으며, 가난하다는 것은 참 억울한 일임을 새삼 느꼈다. 책은 큰오빠, 작은오빠, 그리고 막내여동생인 영호, 영수, 그리고 영희의 관점에서 바라본 가난을 적었다. 그저 그들의 삶을 묘사했다.
가난이라는 것은 집을 포기하게 만들고, 학업을 포기하게 만들고, 여자로써의 정체성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많이 포기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명의 형제는 몇달 간격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소와 빵집에서 일을 하게 된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수고와 노력은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않는다. 그저 착취가 있을 뿐이다.
영희는 입주권을 되찾기위해 입주권을 사들인 신사를 따라가고, 그 신사가 시키는데로 응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25만원에 판 그 입주권을 40만원에 되파는 것을 본다. 1만원, 5천원을 더 받으려고 그렇게 기다렸는데, 그들은 10만원이 넘는 차액을 남기며, 그 입주권으로 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과연 가난한 자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가난한 자들은 힘이 없다. 방법이 없다.
그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희망만을 내던지며 앞을 내다보아야 하는 것일까?
그 시대 가난이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가난이란 또 어떤 것일까?...
어떤 점이 나아졌을까?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아버지는 난장이었지만, 아버지는 다섯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한 마음속의 '거인'이었다. 가난했음에도 세 형제는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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