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오늘, 마음을 성찰하다

IamDreaming 2011. 10. 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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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에 영화를 보러 나섰습니다. 보통 해가 저물면 밖에 잘 나가지 않는 저인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제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새로 나온 영화 한 편 볼 여유가 없나 싶기도 했고, 밖에서 찬 바람 쐬며 생각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영화관에 가서 고른 영화가 <오늘>
내용은 정확치 않으나 사람들이 평에 ‘용서’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걸 보며 가슴 훈훈한 이야기일까? 아님 <집으로>, <미술관 옆 동물원>의 감독 이정향씨가 다시 감독을 맡았다고 하기에 그가 누군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앞의 영화들처럼 잔잔한 여운인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를 상상하며 <오늘>이라는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영화 <오늘>은 마음에 관한 영화입니다. 제가 요즘 마음을 공부하고 있는데 마음에 대한 이야기나 오니까 참 신기했습니다.




다혜(송혜교)는 1년전 약혼자를 잃었습니다. 약혼자는 술에 취한 친구 지석이를 데리러 갔고 후에 오토바이에 치여 목숨을 잃습니다. 다혜는 주님의 뜻으로 오토바이 사고를 낸 범죄자(학생)을 용서합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죽은 사람을 위해서도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탄원서까지 내며  가해학생이 앞으로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용서를 베풉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다혜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지석이의 동생 지민이가 다혜를 찾아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약혼자를 죽인 범죄자를 용서할 수 있으냐 따집니다. 그렇게 용서해 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물어봅니다. 하지만 다혜는 천사 같은 마음으로 그 가해학생의 축복을 빌어주며 반성하고 있으리라 말합니다. 그리고 지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도 용서하라고 합니다. 딸 지민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잘되라고 그러시는 거라고 합니다.



지민이는 그런 다혜가 밉습니다. 무작정 용서하는 하는 것...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던가요? 그렇지만 다혜는 계속해서 가해자를 용서하고 모든 것은 주님이 해결 해 줄 것이라 말하며 또 다혜에게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해보라고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아픔을 외면한 체,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신앙으로 무장한 천사같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용서한 가해학생이 같은반 친구를 다시 한번 살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혜는 침잠합니다. 과연 자신이 누구를 위해 용서하였는지 의심스러워합니다. 왜 주님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에게 용서를 강요했는지 답답합니다. 그 가해학생은 과연 반성이란 걸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는 지민이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이해받지 못한 지만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폭력을 묵인한 지민이의 형 지석이에게 드디어 분노를 품어냅니다. 또 약혼자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자신의 동생지민이에게 아버지와 같은 폭력을 가한 지석이에게 비겁하다고 말합니다. 과연 어떤 잘못이 그런 폭력을 정당화시키는지 물어봅니다.



이제 다혜는 드디어 마음의 얼음을 깨고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용서라는 것. 그것은 강요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 용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주님으로부터 혹은 내면의 천사로부터 용서하기를 강요받으며 살아온 다혜였기에 자신의 마음의 아픔을 깨닫기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영화속 두 주인공 다혜와 지민이
다혜는 자신의 아픔을 신앙으로써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렸고 지민이는 약하고 여린 감성으로 맞서고 있었습니다. 둘은 너무나 다른 사람이었지만 결국 마음속의 상처를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닮아 있었습니다.



영화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소년범죄, 맹목적인 신앙...
하지만 모든 이 모든 것들은 마음과 닿아 있었습니다. 이해받지 못한 마음과 접해 있었습니다. 


#  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려온 지민이는 아버지가 왜 그러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단지 ‘미안하다’란 말만 들으면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가해학생의 분노는 어디서 온지 모르는 집안문제, 그리고 불안심리에 기안하는 것이었습니다. 해결하지 못한 불안심리는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였습니다. 
#  신앙생활로 무장한 다혜는 자신의 불안함을 주님 앞에서 감추려고 했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신앙 속에 가둬둔 것에 불과했습니다. 아픈 마음은 그냥 사라지고 스스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누군가는 저예산에 지루하다고 평하고 있지만 저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아니 생각하였던 것을 멈추도록 하는 영화였습니다. 어쩌면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작은 마음들을 영화화하며 섬세하게 풀어내 준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영화 속 지민이는 이야기는 이야기합니다.
먼 우주에서 인간들을 내려다본다면 마치 우리가 키우고 있는 애완견처럼 서로 알콩달콩 싸우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귀여울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알콩달콩'이... 누구에게는 큰 부담이자 상처, 아픔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용서든 증오든 분노든... 그 모든 것은 강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내뿜고 보듬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억압되고 이해되지 못한 마음은 결국 바르지 못한 형태로 표출 될 뿐이었습니다.

 

개요 : 드라마 | 한국 | 119분 | 개봉 2011.10.27 
출연 : 이정향  송혜교, 송창의, 남지현, 기태영
등급 : [국내]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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