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세상 밖으로 나온 친구 - welcome!

IamDreaming 2011. 11.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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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대학교 친구가 잠수(잠적)를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추측한 잠수의 이유인 즉,  대한민국의 이름있는 조선소에 입사하여 열의와 열정을 지닌 풋풋한 새내기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는데 그 곳에서 마음고생을 많이하며 상처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조선소라는 근무환경상 80%이상이 남자였고, 공채가 아닌 특채로 들어가다 보니 서류통과에 면접까지 적합한 절차를 통해 들어간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이유없는 시기에 텃새까지 있었나 봅니다. 게다가 저의 친구는 예쁘기까지 했으니 남자들의 시선 또한 여자들의 시기 질투에 한 몫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힘들어하며 1년을 잘 견디더니, 돌연 사표를 내고 잠적해 버렸습니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고시 공부를 한다며 서울로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서울로 떠났다는 소식도 건너건너 전해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섭섭했고 시간이 지나자 말없는 이별에 걱정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섭섭한 마음이 더 컸던것 같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친구가 미워 단념하고 있었는데 어제 그 친구에게 2년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제 이름을 부르며.. 〇〇맞나?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못 본던 전화번호!



“누군데?”

“내 〇〇다.”
“어? 〇〇? 야. 이제 세상밖으로 나왔나?”
“어. 이제 절대 잠수 안 탈라고. 사람들 전화도 잘 받고...”
“그래, 다시는 그러지 마라. 숨을수록 너만 외롭다! 안 그럴 것 같아도 나중되면 외롭다. 힘들어도 친구들 챙기고 연락하면서 살아라.”



그렇게 친구는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친구는 한 동안 생각을 했고, 그렇게 숨는 것이 아니었는데 잘못했다고 합니다. 많이 힘들었으니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었지만 그래도 되돌아보니 숨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는 반성을 한 거죠.



2년동안 숨었으니 그럼 시작한 공부는 끝을 보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시험 치지도 않았다”
“왜?”
“그냥 막상 시험날이 되니까 불안해서 못 가겠더라. 그냥 다시 취업준비하려고...”


이건 또 뭔 말? 고시 공부하러 떠나서는 시험도 안치고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외동딸에 부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난 친구라 돈에 대한 별 부담이 없는 듯 하여 일단 잘했다고 했습니다. 잠적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 그냥 대견스러웠습니다.



근데 밤 11시.
그 친구가 문자가 왔습니다. 친구들한테 하루 종일 전화를 돌리고 안부를 묻고 하더니, ‘누가 결혼했다는데 우리가 뭘 좀 챙겨줘야 되지 않겠나?’ 라고 저에게 물어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친구는 그동안 챙기지 않은 친구들 챙기느라고 저를 들볶고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야가 야가, 와 이라노 ㅡㅡ;, 이 잘 밤에.ㅜㅜ’
하며 생각했지만 내심 친구의 행동이 웃기기도 하고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문자를 주고 받으며 마지막으로 환영의 인사말을 보내주었습니다.

‘세상밖으로 나온 거 축하한다!’

문자를 보더니 친구는 자신도 쑥스러웠는지 문자가 웃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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