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개구리네 한솥밥 (지은이 백석)

IamDreaming 2012. 4. 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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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밥

                                                  지은이 백석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봇도랑에 우는 소리 들렀네.

 

개구리 닁큼 뛰어 도랑으로 가 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소시랑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시랑게야, 너 왜 우니?”

 

소시랑게 울다 말고 대답하였네.

“발을 다쳐 아파서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소시랑게 다친 발 고쳐 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논두렁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논두렁에 가 보니

방아깨비 한 마리 엉엉 우네.

 

방아깨비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방아깨비야, 너 왜 우니?”

 

방아깨비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길을 잃고 갈 곳 몰라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길 잃은 방아깨비 길 가리켜 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복판 땅구멍에 우리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땅구멍에 가 보니

쇠똥구리 한 마리 엉엉 우네.

 

쇠똥구리 우는 것이

가엽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쇠똥구리야, 너 왜 우니?”

 

쇠똥구리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구멍에 빠져 못 나와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 끌어내 줬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섶 풀숲에서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풀숲으로 가 보니

하늘소 한 마리 엉엉 우네.

 

하늘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하늘소야, 너 왜 우니?”

 

하늘소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풀대에 걸려 가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웅덩이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물웅덩이 가 보니

개똥벌레 한 마리 엉엉 우네.

 

개똥벌레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개똥벌레야, 너 왜 우니?”

 

개똥벌레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물에 빠져 나오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 주었네.

 

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 주고,

길 잃은 방아깨비 길 가리켜 주고,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 끌어내 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내 주고…

 

착한일 하느라고 길이 늦은 개구리,

형네 집에 왔을 때는 날이 저물고,

쌀 대신에 벼 한 말 얻어서 지고

형네 집을 나왔을 땐 저문 날이 어두워,

 

어둔 길에 무겁게 짐을 진 개구리,

디퍽디퍽 걷다가는 앞으로 쓰러지고

디퍽디퍽 걷다가는 뒤로 넘어졌네.

 

밤은 깊고 길은 멀고 눈앞은 캄캄하여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개똥벌레 윙 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불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어두운 길 갈 수 없어 걱정한다.”

 

그랬더니 개똥벌레 등불 받고 앞장서,

어둡던 길 밝아졌네.

 

어둡던 길 밝아져 개구리 가기 좋으나

등에 진 짐 무거워 등은 달고 다리 떨렸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하늘소 씽 하나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무거운 짐 지고 못 가 걱정한다.”

 

그랬더니 하늘소 무거운 짐 받아 지고

개구리 뒤따랐네.

 

무겁던 짐 벗어 놓아 개구리 가기 좋으나

길 복판에 쇠똥 쌓여 넘자면 굴어나고

돌자면 길 없었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쇠똥구리 휭 하니 굴러 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쇠똥 쌓여 못 가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쇠똥구리 쇠똥 더미 다 굴리어,

막혔던 길 열리었네.

 

막혔던 길 열리어 개구리 잘도 왔으나,

얻어 온 벼 한 말을

방아 없이 어찌 찧나?

방아 없이 어찌 쓸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마강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방아깨비 껑충 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방아 없어 벼 못 찧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방아깨비

이 다리 찌꿍 저 다리 찌꿍

벼 한 말을 다 찧었네.

 

방아 없이 쌀을 찧어 개구리는 기뻤으나

불을 땔 장작 없어 쓸은 쌀은 어찌하나,

무엇으로 밥을 짓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문턱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시랑게 비르륵 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구 대답했네.

“장작 없어 밥 못 짓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시랑게 풀룩풀룩 거품 지어

흰밥 산솥 잦히었네.

 

장작 없이 밥을 지은 개구리는 좋아라고

뜰에 멍석 깔고 모두들 앉히었네.

 

불을 받아 준 개똥벌레,

짐을 져다 준 하늘소,

길을 치워 준 쇠똥구리,

방아 찧어 준 방아깨비,

밥을 지어 준 소시랑게,

모두모두 둘어앉아

한솥밥을 먹었네.




반복해서 읽을 수록 마음에 와 닿는 동화시입니다. 친구들을 도와주는 개구리는 결국 친구들의 도움으로 세상을 헤쳐나가에 됩니다.

착한 개구리가 아니었다면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 

걱정많고 근심많던 개구리였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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