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수다가 사람살려 - 소통의 중요성

IamDreaming 2011. 9.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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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함으로써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공식 수다꾼! 오한숙희, 그녀는 '말'이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말하고 전파한다. 그녀의 책을 보며

'아니 어쩜 말(言) 하나 가지고 2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썼을까? 한권도 아니다. <그래, 수다로 풀자>,<부부? 살어? 말어?> 등을 포함하여 책이 5권이 넘는다.'

그녀의 수다학은 이상하다 싶을 만큼의 논리와 질서가 있다. 그래서 책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디 읽었더라하고 책장의 위 아래를 훑어야 한다. 이렇듯 이 책에는 수십년간 그녀가 생각하고 공부하고 느끼며 정립한 논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녀의 논리는 이렇다. 말하는 걸 우습게 보지마라! 말로써 사람이 죽고 말로써 사람이 산다! 정확히 말하자만 말로써 죽은 사람도 살린다에 더 가깝다. 체험담이 논리가 되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니 독자들은 그녀의 수다학에 빠져 들수 밖에 없다. 특히 <수다가 사람살려>는 수다의 힘, 수다의 긍정적 치유효과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오한숙희는 수다 치유를 5단계로 나누고 있다. 수다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 첫번째, 억압의 단계이다.  
이 단계는 자기 속의 불만을 외면한 채, 자신의 문제를 묻어두고 있는 유형으로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지 못하는 단계이다. 억압의 단계는 다시 몇가지로 나뉘는데 말을 삼키는 침묵형, 정작하고 싶은 말은 않고 수다스럽게 주변이야기만 늘어놓는 와르르형, 그리고 자신이 아예 없는것처럼 여기는 외면형이 있다. 무언가를 뱉어내야 하는데 억압된 무언가(예를 들어 가부장제에 의해 오랫동안 억압된 삶 등) 짓눌러 차마 말을 잇지 못한채 참고 또 참는 것이다.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 등 해결되지 않는 만성적인 문제를 견디며 살기에 자아존중감이 떨어지면서 이렇게 침묵형이 되기 쉽다. 이들은 다양한 대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장점을 인정받으며 자신감을 회복함으로써 자기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두번째, 왜곡의 단게이다.
두번째 단계는 억압의 단계를 넘어 서서히 말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오랜시간 억압된 내면은 바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불투명하고 부정직하게 방법을 바꾸면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유형에는 투사, 위장, 과시, 자기최면, 피해의식, 왜곡, 냉소,비약, 도피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너만 알고 있어. 그집이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아주 곪았어.' ---> 투사 ; 평소에 그 집이 부러웠음
'먹고 살만 해요. 남편이 돈은 잘 벌어주니까요. 외도 사실을 알고 이혼할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어디 가서 그만하 남자라도 쉽게 구할 자신이 없더라구요.' ----> 위장 ;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에게 별 상처가 되지 않은 것 처럼 행동

다양한 유형으로써 존재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상처 받은 자아를 올바른 방법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억압의 고통을 완화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자신을 투명하고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나 우리의 문화와 환경이 어려서부터 제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훈련과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어렵게 느끼는 것일지 모른다.

세번째, 발설의 단계이다.
이 단계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 동안 자신이 부정하고 억압해 온 감정들이 표출되며 해소와 자기정리가 시작되는 단계이다.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과 실제하는 자기 모습의 격차때문에 자기인정을 부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경쟁과 자존심이 강한 전문직일 수록 그런 경향이 나타날 수 있는데 발설의 단계에서는 자신의 허둥거림과 열등감을 이겨내고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우회적으로 자기 이야기에 근접하면서 입을 떼기 시작하여 자기에 대한 관심, 자기 감정을 노출시킨다. 그럼으로서 감정적인 해소와 정리가 시작되고 혼돈과 불안을 딛고 자기 내면세계의 질서를 얻고 싶은 욕구가 자존심과 금기의 벽을 뛰어 넘는다. 그러다보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자기에게 가장 절실한 이야기를 발설하며 남의 이야기도 저항없이 들을 수 있는 진화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네번째, 소통의 단계이다.
수다를 통해 자아를 정립하고 삶에 대한 주관과 철학이 생겨나면 타자의 이야기를 공감적으로 청취하며 서로 공감이 이루어지고 소통이 가능하다. 소통단계의 치유 효과는 말하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가 나타나는데 듣는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에 대해 공감하고 말을 함으로써 자아정립을 한층 더 이루고 말을 하는 사람은 말을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공감하는 사람들과 교감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결국 소통을 통해 친구를 얻고 멘토링이 일어난다.

다섯번째, 연대의 단계이다.
연대의 단계는 소통의 단계를 지나 사회의식을 체득한 개인적인 자아들이 '더 큰 나'로 성장하고 다른 사람의 치유를 도와 사회적인 확장을 이루어낸다. 수다를 통해 마음의 병이 치유가 된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도와주며 연대의 재생산이 이루어진다. 이는 혼자가 아니라는 집단의식적 연대감, 동변상련적인 연대감을 통해 구조적인 인식의 틀을 확립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흡사한 경험을 했음을 알아가면서 사회적 구조를 감지하고 선험자들이 같이 나서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며 서로 성장해 나간다.



수다는 이렇듯 사람을 살린다. 답답하고 고립된 심정을 누군가 공감해주고 들어주었을 때의 기쁨을 아는가? 이 시대의 많은 여성들은 이 기쁨을 숨기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급격히 진행된 경제성장은 문화지체현상을 만들어내며 가부장적 사회와 평등사회의 중간에서 많은 여성들을 희생케 했다. 복종하고 참고 살면 된다는 우리 어머니들의 논리이자 대물림된 관습은 그들을 억압의 상태로 짓눌렀음에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인권의식이 유달리 발달한 여성은 세상의 욕과 편견에 맞서 이혼이라는 결단을 내렸지만 그렇지 못한 여성들은 고립되고 상처받으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체 자신의 젊음과 청춘을 잃어 버려야했다. 

책의 마지막에 오한숙희씨가 자신의 어머니의 50년 묵은 침묵형 억압를 어떤식으로 이끌어 내었는지는 실로 감동적이었다. 항상 괜찮다 나는 괜찮다, 나는 신경쓰지 말어라며 어느것에도 반응을 하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굿을 통해 자신의 응어리를 토해내고 미술을 통해 자아를 이끌어내며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원하시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느끼는 점이 많았다. 여성의 인권이 많이 성장했다고 하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참고 또 참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족부양을 위해서 또한 '남자'라는 이유로 참고 참으며 견뎌야 하는 남자들 역시 마음의 응어리가 많을 것이다.

수다치유...
내 주변의 상처받은 영혼에게 나는 어떻게 치유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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