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독서치료] 독이 되는 부모

IamDreaming 2023. 2. 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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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들의 몰이해와 무지'라는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했던 책 - 독이 되는 부모!

 

 

책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막상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고 나니 책 표지가 더 심상치 않았다. 무심히 텔레비젼을 보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어머니한테 혼나고 있는 아이... 그리고 한켠에 방치되어 울고 있는 동생.

 

-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제목은 그렇다치고 표지까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친구에게 책을 빌려주려고 해도 섬뜩해서 빌려주기도 그렇고, 그리고 옆에 사람이 이 책보면 괜히 뭐 못
볼것처럼 심기가 불편해져요.

 

 

누군가는 또 이야기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것 자체가 내 안에 상처가 있다는 것 아닐까요?
상처가 있으니까 이 책표지가 자연스럽게 보이질 않고, 숨기고 싶은 과거처럼 책마저 숨기고 싶은거 아닐까요? 어쩌면
책 표지를 넣으면서 그걸 말하고 싶은 것일수도 있어요.
 



 



듣고 보니 그렇다.

아버지가 TV만 보고 있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그림이고, 아이가 어머니한테 혼날수도 있지그런데 고개숙인 아이의 모습이 너무 슬픈건 왜일까? 주눅든 그 모습이 가부장적이고 억압된 가정에서 자라온 꼭 나같은 모습이라서 그런건 아닐까막상 책을 펼치고 찬찬히 읽으면 내용이 그리 독하지도 못하다. 그냥 여기 나와 있는 모든 내용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다. , 공감을 못할 수도 있다.

 

 

 

- 책을 읽은 한 50대 중 후반의 독자(남자)는 말한다.

 

 

이 책 읽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나는 부모 없이 컸어요.
그래서 부모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부러웠는데, 이 책에서는 좀 더 책임감 있는 부모 역할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이 아버님의 감상평은 어쩌면 너무 당연할지 모른다. 자녀를 학대한 것도 아니고, 공부를 안 시켜 준것도 아니고 옷이며 음식이며 부족하지 않게 해주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이 시대의 자녀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먹을 것이 없어 고민하는 시대가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 때문에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어쩌면 '독이 되는 부모'라는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의 일부는 과도기적 현상일지 모른다. 지독한 가난속에서도 가부장적인 문화의 틀에 갇혀 권위적일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 세대에서, 갑자기 풍요로워지고 민주와 평등을 외치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자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님이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그냥 지나처버린 상황들과 말버릇과 그냥 그 자체의 행동)들이 자신도 모르게 가치관이 다른 자녀들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알코올 중독과 신체적 학대 등의 심각한 문제들은 두고 두고 고려되어야 될 부분이다.)

 

 

-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내용 중 몇 부분만 발췌했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부모는 자식을 조종하려 들지 않는다. 독이 되는 부모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심지어 자식들에게 무시당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주체성을 갖고 독립하려고 하면 마치 자신의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한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는 자기보다 남의 감정에 대해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부모가 어떻게 나올지 신경 써야 했던 상황처럼 말이다.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는 술을 마시는 부모가 끊임없이 비합리적이고, 연민을 자아내는 행동을 함으로써 아이로 하여금 부모 역할을 하게 만든다.

- 반사적인 반응은 감정 조절을 포기하고, 남이 자신의 감정을 좌지우지하게 놔둔다는 뜻이다. 즉 자신을 조정하는 힘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는 것이다.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의 반대는 대응하는 것이다. 대응한다는 것은 스스로 느끼고 생각도 한다는 뜻이다.

 

 

책에서는 어쩌면 당연시 되었던 가정에서의 일들에 대한 섬세한 접근을 시도한다. 어쩌면 바로 앞 세대에는 금기시 되었던 일들이기도 하다. 부모에게 대응하는 것! 물론, 나쁜일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부모로 인해 내 삶이 힘들어진다면 방어가 아닌, 대응!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은 이렇다.

 

우리집안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존재셨다. 아버지의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복종의 언어였다. 하지만 성인이 된 나는 가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답답하지만 아버지는 무서운 존재였기에 나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용기와 결단을 부여하였다. 아버지를 무시하고 반사적으로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으니 나의 의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자는 그런 결단이었다. 아버지도 이제 이렇게 큰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때가 된 것 같다. 마냥 어린이처럼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다르고 가치관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한 동안은 나의 행동에 아버지가 섭섭해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결단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런 결단, 그리고 앞으로의 나의 행동에는 당연히 나의 용기가 필요할 것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훨씬 편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반항을 한 독자도 있을 것이고 무덤덤하게 읽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이런 갈등이 없는 가정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반응은 아마 제각기 달랐을 것이다. 책이란게 모든 독자에게 귀감이 되고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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