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남자의 탄생 - '한국남자'들은 이렇게 길러졌다

IamDreaming 2023. 2. 8. 10:00
반응형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이 책의 저저 전인권(全寅權)씨는 정치학을 전공한 학자입니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에서 이중섭의 예술을 통해 한국적 정신을 논하였듯이, 한국문화의 뿌리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되풀이하며 탐구하였고 그러기를 거듭, 결국 한국문화의 뿌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과연 나는 누군인가'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스스로 자유주의자이며 근대화된 인간이라고 자부했던 그의 삶

학생들의 출석을 부를때도 'ㅇㅇ씨'라며 20살이나 어린 학생들을 존중하며 여자들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사고로써 살아왔는데 그의 어린시절을 통해 본 그는 결국 한국문화의 전통과 남성우월주의의 의식속에 '동굴속의 황제'로 황제처럼 군림하며 철저하게 한국식 남자로 길러지고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는 어린시절 자신의 집, 그 안의 공안, 어머니의 품,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하여 시작됩니다. 어린시절 자신이 황제가 되었던 것, 그리고 아버지가 그렇게도 무섭고 권위적이게 보였던 것은 어쩌면 어머니의 희생, 그 밑에 깔려 있는 어머니의 계승의식과 전통의 답습이었습니다. 즉 그것은 어머니가 그렇게 만드셨던 결과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동굴속의 황제'(베이컨의 동굴의 우상을 빗대어)로 만들었습니다. 자신 스스로가 최고인 것처럼 자신에게만 인삼을 다려 먹이시고 형제들에게는 비밀로 했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즉각적으로 제공해 주셨습니다.

 

그러한 황제같은 삶은 26년이나 계속되는데 '어머니가 나만 사랑하신다'라는 착각은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무너집니다. 동생이 죽고 어머니는 '니 동생은 안 그랬다', '니는 공부만 하는 책상물림이었지만은 니 동생은 건강하고 패기 넘치는 의리있는 사나이었다'고 되뇌이는걸 보며 자신을 사랑한 어머니가 자신만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는 충격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의 형을 대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됩니다. 어머니와 형은 '소가 새끼놓는 모습'이며 '벼가 자라는 모습'이며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공유하고 계셨습니다. 반면에 자신과는 지적허영심에 대해 논하던 어머니었습니다. 그렇듯 어머니는 세명의 아들에게 세개의 댜른 가면을 쓴 여인으로 다르게 대하셨고, 그런 어머니의 '분리사랑'을 통해 세 아들들을 모두 착각속에 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 아들은 모두 '자신이 최고다'라는 우상 속에 갇혀 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어머니를 통해 '동굴속의 황제'로 길러진 저자는 아버지를 통해 또 다른 문화를 배우게 되는데 어린시절 아버지는 권위와 질서를 지닌 다른 공간의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공적인 인물이었고 아버지의 세계는 근접할 수 없는 신기함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쓰는 언어와 어머니에게 쓰는 언어는 달랐으며 아버지 앞에서는 복종해야했고, 스스로 왜소하고 열등한 존재였습니다.

 

이야기는 이런식으로 흘러갑니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묘사함으로써 자신을 정체성이 과연 어디서 왔는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왜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권위와 질서를 닮아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한국사회에서는 왜 프로이드의 오이디프스 콤플렉스가 통하지 않는지에 대해(한국아버지들은 사적인-집안의 시시콜콜한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왜 한국사회에서 연쇄적, 중층적 구조가 생겨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왜 한국사회의 공과 사의 구별이 정확하지 못한지에 대해... 자신의 인생을 근거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책 끝에 '네 안의 아버지를 살해하라'라는 마지막 명제를 던집니다.


 

당신의 마음에 깊이 각인된 '이상적인'사람의 이미지를 살해하라는 이야기다. 그것이 당신을 동굴 속 황제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를 비난하고 아버지를 살해하되, 홍길동처럼 당신의 마음에 또 다른 아버지를 키우는 것은 도로아미타불이다. 다시 말해,당신의 아버지를 부정하고 또 다른 집을 지을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건설한 토대 위에 한 장의 새로운 벽돌을 놓자는 것이다.

'내 안의 아버지를 살해하자'는 것은 당신만이 이 땅의 유일한 상속자인 것처럼 행동하지 말자는 것이다.....그러자면 실제의 아버지와 내 안의 아버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먼저 내안의 아버지를 정확하게 살해해야 한다....이것이야 말로 진정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 자기긍정의 길로 걷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과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책의 진짜 목적은 개인의 정체성 탐구가 아닌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함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그 방법론으로 민속학적, 심리학적, 철학적, 정치학적 이론을 근거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심리학이나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도 저자의 삶을 통해 우리사회를 뒤돌아보고 한국사회 속에 살고 있는 남자의 정체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