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이의 축구는 제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손흥민, 그의 것입니다.
손흥민이 이룬 많은 것들에 제가 숟가락을 얹는 건 아닐지 조심스럽다고 말하는 아버지, 그의 축구인생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는 책을 읽었다.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겸손을 느낄 수 있는 문구였지만, 손흥민 선수의 축구인생에 손웅정을 빼고 말할 수 있을까? 손웅정 감독이 없었다면 손흥민 선수가 지금 세계의 축구장을 누비며 정상의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손흥민 선수를 명품으로 키워낸 건 축구장인 손웅정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전 이후 한국은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경우의 수를 놓고 본다면 16강 진출은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선수들과 우리 국민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고 귀하고도 소중한 16강행 티켓을 얻어냈다. 저렇게 해내는구나,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되는구나, 저게 바로 스포츠정신인가? 이를 계기로 나 역시 한국축구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이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손흥민 선수와 아버지 손웅정 감독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다. 이참에 손웅정 감독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와 손흥민 선수의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함께 주문해서 같이 읽어보기로 한다. 부자지간인 두 사람은 축구를 생각하며 어떤 생각을 똑같이, 혹은 다르게 하고 있을까?
우선 아버지 손웅정 책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먼저 읽어보았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버지 손웅정에 대해, 선수로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감독으로 더 재능을 보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나의 생각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손웅정 감독은 자신의 과거를 두 아들에게도 잘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자서전도 같은 이 책을 읽으며 '손웅정' 그는 감독이전에 대단한 축구선수였고, 어린시절부터 반짝이던 보석이었다.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상무팀에서 활약하던 그 어느 순간에도 연습벌레, 숙소귀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별나게 열심히 하던 눈에 띄던 최고의 선수였다. 다만, 젊은 패기로 임했던 경기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게 되고 이로 인해 그의 선수생활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화려했을 손웅정 감독이지만, 그는 너무나 짧고 후회스러운 선수생활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고생이 마치 유세 떠는 것처럼 비칠까 조심스럽다고 했다. 더 힘들게 밥조차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원치 않은 삶을 사는 사람도 넘처나는데, 어쨌든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한다. 그의 글에서 겸손과 낮춤의 마음가짐이 잘 나타난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손웅정 감독. '손웅정 책은 그런 그의 글답게' 책에는 우리가 배우고 익여햐 할 삶의 자세, 그리그 교육철학들이 많이 녹여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한번 더 되새겨 보아야 중요한 가치, 철학들을 5가지로 추려보았다.
★(꿈꾸는 자가 뽑은) 손웅정 감독의 인생을 이끈 삶의 철학 5 ★
1. 주도적인 삶
2. 기본기, 반복의 힘
3. 성공보다 중요한 행복, 그리고 성장
4. 성공은 선불
5. 감사와 겸손
1. 주도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손웅정 감독, 그는 스스로가 남들과 다르게 까칠하고 강한 집념의 사람임을 알고 있다. 어떨 때는 이런 성격이 성실함이나 투철함으로 포장되기도 하고, 또 어떨때는 쉽게 타협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그가 가진 남다른 성격과 신념은, 그의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이끌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는 축구가 하고 싶었고, 가난한 형편이었지만 기어이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아 축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그의 삶은 뭔가 특별했는데, 그가 보기에 부당하거나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는 무조건 항의하거나 행동한 것이다. 이러한 탓에 그는 여러 가지 고난들을 피할 수 없었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행하는 이상한 관행과 제도들을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스로 반박하고 행동하고 고치려고 했다.
발목 부상으로 선수생활이 힘들어진 그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막노동을 했다. 그는 말한다.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답은 쉽게 나온다고, 그에게는 가족들의 부양이, 책임질 것들을 먼저 살피는 것이 우선이었고 일용직, 막노동판에서 일하더라도 가족을 먼저 챙기는 떳떳한 아버지이고 싶었다고 한다. 자기가 선택해서 자기의 의지를 발휘하여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된다. 자신이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2. 기본기, 반복의 힘을 믿어라.
손웅정 감독은 무엇보다도 기본기를 중요시한다. 위로 뻗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더 깊게 넓게 뿌리를 내리는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아무리 빨리 예쁘게 틔운 싹이 보고 싶다 해도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기본기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손흥민은 아버지에게 축구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축구가 힘들다고 했고, 손흥민은 그래도 축구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들에게 또다시 축구는 힘들다 그래도 하고 싶으냐고 여러 번 물었고, 손흥민은 그래도 축구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어린 손흥민의 훈련은 시작되었고, 그 훈련은 정말 힘들었다. 손흥민 선수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아버지에게 축구를 배웠고, 중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축구부에 들어가 학원엘리트 체육을 접했다고 한다. 그동안 손흥민 형제가 한 것은 몇 시간에 걸친 패스, 킥, 드리블, 볼컨트롤 등 공을 다루는 기본에만 집중하며 반복했다.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슛연습은 그때까지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기본에 기본만을 강조. 무서운 아빠 손웅정은 손흥윤, 손흥민 두 형제의 기본이 다져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를 절대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쌓아올린 손흥민 선수의 기본기는 결국 유럽무대에서 그 가능성과 가치를 인정받는다.
3.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 그리고 성장이다
남들보다 돈을 벌지는 못할지언정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이것은 주도적인 삶과 동시에 행복과도 연결된다. 그는 손흥민 선수를 가르치며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생각보다는 '아들이 행복하게 볼을 차면 그걸로 된다' 이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욕심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할 이유가 없다. 매 순간 행복하면 된다는 생각,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즐거움과 행복이라고 그는 말한다. 승리보다 아들의 행복,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손웅정 감독이 또 강조하는 것이 초심이고 성장이다. 손흥민 선수가 유럽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할때, 결정적인 슛을 날렸을 때 그는 항상 자만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축구선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교만이라고 가르쳤다. 자신이 이룬 성과에 만족하면 그 자리를 주저앉고 마는 것, 그는 주저앉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다고 한다.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고 매 순간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그가 전하는 메시지다. 손흥민 선수가 데뷔골을 넣어을 때 손웅정 감독은 “네가 골을 넣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 네가 할 일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손흥민 선수의 들떠 있던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했던 것. 손웅정 감독은, 칭찬이든 비난이든 휘둘리지 않도록 욕심을 버리고 삶을 멀리 볼 수 있도록 그렇게 손흥민 선수를 키웠다.
4. 성공은 선불이다.
그는 참 엄한 아비였다. 손흥민 선수도 어린시절 아버지가 무서워 훈련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어느 순간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약간의 체념 또한 있었다고 한다. 손흥민 선수는 중 2학년까지 개인연습으로 훈련을 하고, 2008년 중 3때 우수선수해외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독일유학을 떠나게 되는데 손웅정 감독은 아들에게 독일어 과외까지 붙이며, 현지에서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탄탄히 준비했다.
운동선수는 경기에 계속 뛰어야지 경기감각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발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감독을 탓하고 상황을 탓하고 어디 가서 하소연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중요한 포인트는 언제든지 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 함부르크에서 손흥민 선수가 선발되지 않고 잦은 교체가 일어났을 때 손웅정 감독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아들을 훈련시켰다. 아들의 부족한 점을 찾아 피드백하고 경기에 뛰는 선수들과 비슷하게 맞출 정도로 훈련시켰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아컵 당시 손흥민 선수는 몸관리에 실패해 한 달 사이 몸무게가 4kg가 불어났고, 독일구단에서는 ‘손흥민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시즌이 종료되고 한국으로 들어간 부자는 왼발 500개, 오른발 500개, 양발로 슈팅 1000개씩 기본으로 하며 다시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손흥민 존이라는 패스존이 만들어졌고, 손흥민 선수는 자신의 슛이 재능이 아니라 이 훈련으로 만들어진 훈련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손웅정 감독은 언제든 손흥민 선수가 선발될 수 있도록 아들을 훈련시키고, 준비시켰는데, 결국 그가 강조한 것이 성공은 선불, 미리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다.
5. 감사와 겸손
유학 프로그램이 끝나고 손흥민 선수는 함부르크와 계약하게 된다. 그리고 손웅정 감독은 근처에 방을 잡고 홀로 3년을 보냈다. 방은 3평 남짓이고 어떤 날은 너무 추워 이불을 덮고 스스로의 몸으로 온기를 느껴야 했다.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 손흥민 선수를 아침 일찍 깨우고, 훈련하는 것을 지켜보고 손흥민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아 피드백을 주었다. 춥고 배고팠던 3년, 그는 고생 좀 해봤다 자신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환경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위기대처능력도 길러졌고, 결단력도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생각해보면 감사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감사와 겸손은 아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축구는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다가 아니라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인생을 겸손과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축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축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교만할 수가 없다고 전한다. 그에게는 감사와 겸손이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다.
손웅정 감독은 책을 내며 자신의 이야기 속에 도움이 될 작은 건더기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한다. 하지만 손웅정 책에는 작은 건더기라고 하기엔 너무 좋은 내용들이 많다. 운동하고 축구하는 시간을 빼고는 책을 읽는다는 손웅정 책 속에는 인생에 대해 / 삶에 대해 / 자식을 키우는 것에 대해 / 축구선수를 훈련시키는 것에 대해 / 자식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등 다양한 부분에서 스스로의 경험과 책을 통해 익히고 다듬어진 그의 지혜와 철학들이 담겨 있다.
여러가지로 배울게 많은 분이고, 멋진 인생을 사신 분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럽고 배우고 싶은 것은 그 무언가에 대한 집념. 축구를 어쩜 이렇게나 좋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축구만을 위해 이렇게나 모질게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을까? 그 집념, 그 축구사랑이 있었기에 손웅정 감독이 해내지 못한 유럽진출, 그리고 더 나은 성장들을 손흥민 선수가 이어받아 할 수 있었지 싶다. 손웅정 감독은 유퀴즈에서 손흥민 선수는 아직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언급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비록 손흥민 선수가 아직 월드클래스가 아니고, '월드클래스로 가는 그 길목'에 서 있더라도 이런 멋진 아버지로부터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다행스럽다.
★ 이어서, 손흥민 선수의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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