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이외수 비상법 - 아불류 시불류

IamDreaming 2010. 11. 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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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선생님을 보고 언어의 마술사라고 하던가?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명명되어 사라져가는 감수성을 되찾아주고 있다.

현재 트위트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그를 팔로윙하려는 사람이 엄청나다. 왜 사람들은 작가 이외수에게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1년 전, 이외수의 청춘불패, 하악하악, 사부님 싸부님을 읽었을 때만 해도 나에겐 아무런 감성이 없었다. 그저 책을 읽으며 ‘좀 다르다’, ‘책이 쉽게 읽어진다’, ‘이야기가 짧네’라는 생각을 하며 회사일로 인해 이동 중이던 버스안에서의 시간을 이용해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1년이 흐른 지금, 이번에도 회사일로 출장가는 시기에 맞쳐 가볍게 읽기 위해 이외수의 ‘아불류 시불류’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뭔가 다른 감동이 전해져왔다. 한줄 한줄을 읽으면서 ‘그래, 왜 그렇지?’, ‘맞어, 그런거 같아’ 하는 생각으로 다음 글을 이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가령, 37페이지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랑이 현재진행일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애인으로 존재하게 되지만, 과거완료형일때는 서로가 상대에게 죄인으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죄인이 되는 것이 겁나서 이 흐린 세상을 사랑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글을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한때는 정말 좋아하고 모든걸 다 주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버려야 했던 사람. 옛 기억이 되살아난다. 기억과 함께 추억도 고개를 들지만 현재를 생각하기로 한다. 이렇듯 이외수 선생님의 책은 뭔가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이외수 선생님의 글은 늘 그러했을테다. 그렇게 촌철살인(寸鐵殺人)-한마디의 말로 사람을 죽인다라는 뜻인 이 단어만큼 강력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글에는 많은 진리와 지혜가 담겨 있었을텐데, 난 이제야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있나 보다. 오래지 않은 시간-1년전, 그때만 해도 나에게는 그의 책이 그냥 흘려버리면 되는 글 정도로 여겨졌나 보다.


뭔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한줄 한줄 읽으며 생각한다. 빨리빨리 한줄한줄 그렇게 30분만에 읽으라고 쓰여진 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찬찬히, 그 의미를 되새기며 생각하며 깨달으며 비판하며 마음을 열고 1주일은 꼬박 시간이 허락하는데로 그렇게 읽어야 한다. 그렇게 진지하게 읽어도 이외수 선생님이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한탄과 사랑에 미칠 수 있을까 싶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언제나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는 아이에게 그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습니다. 복이 오면 그때는 웃을께요”


왜 우리는 옛속담을 들먹이며 항상 웃으라고만 할까. 그 아이가 왜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는지 곰곰이 고민해 본적이 있을까? 그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을까? “웃으면 복이 온다”는 속담은 슬퍼도 항상 밝게 견디고 있다면 곧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옛 진리가 담긴 명언이고, 우리는 그 의미를 십분 가슴속에 새기며 긍정적으로 살아야하지만 그 누군가의 입장에서 왜 웃지 못할까라는 의문과 함께 나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더 큰 아량과 책임을 지닌 성인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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