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크리스마스, 유쾌한 복수

IamDreaming 2010. 12. 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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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10살이나 어린덕에 크리스마스에 연인과 데이트하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데이트하면서도 집에 있을 동생이 괜시리 걱정되곤 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부모님이 가게를 운영하시니 "크리스마스"라는 휴일을 챙기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불교집안이니 더더욱이 별의미를 두지 않으시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동생이 염려되는 나만의 고민!! 늦동이 동생이 없다면 필요도 없는 고민이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특히 금요일이 eve인데다 토요일이 크리스마스라 연인과 함께하는 참 좋은 요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일이 있었다.

# 24일 금요일(크리스마스 이브)
남자친구가 타지방에서 근무를 하는 덕에, 금요일인 이브에 꼭 만나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금요일 2시경, 남자친구한테 온 문자는

"우리는 일요일에 보면 되겠제?, 너는 원래 이런날 집에 있는다이가"

그 문자를 보고 당황스러웠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는 괜찮았는데,
게다가 동생이 이번에 수능시험을 쳐 친구들과 논다고 정신이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제야 어린 동생 걱정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는데 말이다.


'도대체 이게 뭐지?,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게다가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데이트를 했던것 같은데'

난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자기가 바쁘면 바쁘다고 할 것이지 나의 약점을 찔러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괜히 전화걸어 혹시 내가 데이트하자고 한다면 스스로 조금 난감해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전화를 딱! 걸어 남자친구의 심장을 콩딱콩딱 뛰게 만들었다.

"오늘 뭐하는데? 그래서? 어쩌자구? 편할데로 하세요. 바쁘면 안 만나도 되고. 나도 머리 빠마나 하러 갈란다."

딱딱해진 나의 말투와 문자를 보며 가슴 조린 남자친구는 바쁜와중에도 ^^ 표시를 날려가며 문자를 계속보내고 있었다.
그리곤 저녁 6시 경에 만난 남자친구. 여전히 딱딱한 말투로 대하는 내 눈치를 살피며 쫄고 있엇다.
그래서 내가 남자친구의 잘못된 점을 요목조목 집어 말해주었다.

"아니, 너가 바쁘면 바쁘다고 솔직히 말을 해.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렇다고 말하면 되잖아. 왜 가만있는 나는 들먹여서 나만 나쁜사람 만드는데? 솔직하게 얘기하면 내가 이해못한다고 할까봐 그러냐?"


사실 남자친구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남자친구의 여동생은 15살이나 어린 중학생이었던 것이다.

"아니, 동생이 어린데 챙겨주지도 못하고 미안해서 이번에는 좀 챙겨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오전에 동생이랑 백화점 구경갔다 온다고 그랬지. 우리 여자친구 못 챙겨줘서 미안!"

따져드는 나를 보며 미안하다고 하는 남자친구. 게다가 사온 장갑까지 내밀자 미안함의 극치를 보이는 그.
똑같은 상황을 겪었던 나로써 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괜히 통쾌한 이 기분!!!
저번 여름휴가때  고3 남동생이 마음에 걸려 조금 일찍 들어가려고 하니, 버럭 화를 냈던 남자친구의 모습이 떠 올랐다.
왜 그런거까지 신경쓰면서 사냐고. 왜 휴가나온 남자친구는 신경 안 써주냐고!!

그땐 그래 이런거 이해 못 했겠지!! 고3 남동생 공부하는데 괜히 신경쓴다고 버럭 성질내고,
어린 동생가진 누나의 마음을 어찌 이해했겠어? 동생과 남자친구 둘 다 마음이 쓰이는걸..
그런데 이제 남자친구 여동생도 슬 사춘기에 접어드니 신경이 쓰이나 보다.
신경도 안 쓰던 여동생이 갑자기 눈에 밟혀 크리스마스에 오빠노릇을 하려고 하는걸 보면 말이다.

이래서 사람은 앞일을 모르는거야.
ㅋㅋ 크리스마스!!
남자친구에게 무뚝뚝한 말과 문자로 그의 가슴을 조리게 만드는 소심하고 유쾌한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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