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남자친구 네일샵으로 깐 까닭은?

IamDreaming 2011. 1. 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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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남자친구를 네일샵으로 데려간 적이 있습니다.
남자친구의 꺼끌꺼글한 손톱이 불쌍해서가 아닌, 순전히 저를 위한 ‘방어벽’ 즉, 보디가드로 앞장 세워 네일샵으로 갔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상의 특징인지, 손이 유독 건조해서 인지 손아래 살결이 벗겨지고 손바닥은 주부습진이 걸린거 마냥 꺼끌꺼끌 한 게 미치도록 속상한 날들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한테 손까지 이 모양이니 ‘돈벌어 뭐하냐’ 하는 강한 회의감이 찾아 올 무렵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찾아간 네일샵.
일단 아기자기한 의자 앞에서 손을 짝 펼치고 있으니 마치 공주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제 앞에서 네일아트를 하고 있는 언니들은 ‘무슨색으로 하시겠어요?’, ‘무슨무늬로 해 드릴까요?’ 말하며 저의 비위를 잘 맞쳐주고 있었습니다.

암튼 이런 공주대접을 받고 있는 황홀한 기분 속에서 들려오는 말!

네일샵언니 : 언니 이왕하는거 10회꺼 한꺼번에 같이 끊어서 꾸준히 관리 받어! 10회거 끝으면 내가 영양제도 주고, 매번 할인도 돼!

예뻐진 손에 만족하며 나도 모르게 카드를 꺼내고 결제를 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2~3번씩 가며 열심히 손관리를 받고 있으니, 네일샵언니가 또 저를 꼬득입니다.

네일샵언니 : 발도 해봐~ 그리고 이거 발크림 한번 사서 관리받아봐. 일주일에 한번씩만 하면 겨울철 발 갈라지고 아픈거 완전 없어져! 그리고 이번에 카드할부하면 언니가 5만원 빼줄게, 횟수도 더 많이 추가하고!

그 언니의 꼬득임에 또 살~ 넘어간 저였습니다. 카드를 슬 꺼내고 후회할 만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금액도 너무 컸고, 낭비라는 생각이 심하게 엄습해왔습니다. 취소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으나 그 넉살좋은 네일샵 언니 무서웠습니다.  꼬득임의 여왕입니다. 그런 꼬득임에 넘어간 사람들이 네일샵에 득실득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말재주에 타고난 네일샵언니를 당해낼 재주가 없었습니다. 완전 장사속, 사기 아닌, 사기꾼같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저의 우뷰부단함, 나약함은 그 언니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 뻔했습니다.



그래서 최후의 선택으로 남자친를 대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3일 뒤 남자친구를 앞세워 여자들밖에 없는 네일샵으로 들어갔죠!

꿈꾸는 자 :언니, 도저히 안되겠어요. 환불해주세요.
네일샵언니 : 환불 안 되요.
꿈꾸는자 : 그래도 아직 그거 사용도 안 했는데 안 되는게 어딨어요?
네일샵언니 : 환불은 안되요. 5만원이나 할인해서 카드 끄었기 때문에 환불하면 그거 언니가 손해본다. 게다가 그때 샀던 약품들 이미 비닐 다 뜯어서 반품도 못한다.
꿈꾸는자 : 네?

그때 밖에서 저를 지켜보던 남자친구가 당하고 있는 저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남자친구 : 그런게 어딨어요? 환불해 달라면 환불해 주세요!
삼일전에 결제했는데 안되는게 어딨어요?


갑자기 나타난 남자친구를 보며 네일샵 언니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습니다.
눈을 위로 살 뜨며 가슴 졸이며 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너무 통쾌! - 상쾌! -유쾌! 만족 했습니다. 나를 꼬득일때는 완전 달려들더니 취소해 달라니까 완전 기가 죽은 모습이었습니다.

네일샵 언니 : 아.. 아.. 그거는.. 그게.. 안되요. 제품을 다 뜯었어요...
꿈꾸는 자 : 안되겠다. 그냥 가자. 이미 다 뜯어서 안된데..ㅜㅜ

그렇게 저는 남자친구와 그냥 밖으며 나왔습니다.
남자친구가 네일샵까지 따라와 줬는데 카드취소를 못해서 미안했긴 했지만 별말없이 나와 준 남자친구가 고마웠습니다
.


꿈꾸는 자 : 미안. 괜히 데리고 와서 그냥 나와버렸네.
남자친구 : 그래. 손 관리 한번씩 받고 해도 된다. 너무 자주하면 안되지만. 근데 내가 거기서 화내고 싸우면 니 입장이 난처해질까봐 그냥 거기서 말았다. 니도 앞으로 몇 번 더 와야 할 곳이기도 하고 해서 말이야.
꿈꾸는 자 : 고마워. 앞으로도 내가 혼자 해결 못하는 일 벌리면 남친이 계속 도아줘야 한디! ㅜㅜ
남자친구 : 응, 힘든거있음 말만 해라. 그런건 내가 다 처리해줄게.

그 다음부터 절대 그 네일샵에 안 갑니다. 아직 결제했던 금액을 다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네일샵에 가는게 싫습니다.
네일샵 언니의 뻔한 장사속에 안 넘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싫습니다.  

▶ 네이샵까지 기꺼이 같이 와준 남자친구
저를 도와 무서운 네일샵 언니 기를 팍 눌러준 남자친구
더 이상 화내지 않고 뒤로 물러서 준 남자친구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도아주겠다고 약속해 준 나의 남자친구

참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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