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무궁화호 열차와 삶의 여유

IamDreaming 2011. 9. 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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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구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유로 남자친구가 부산으로 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끔  제가 구미로 여행을 갑니다. 부산에서 구미까지 무궁화호 열차로는 2시간, 새마을호 열차로는 1시간 30분 이렇게 걸립니다. 새마을호는 배차시간이 너무 크고  가격도 몇 천원 비싸 맘 편하게 그냥 무궁화호를 애용하는 편입니다.


흔들흔들흔들...

너무 낚아 힘이 빠진 무궁화호는 덜컹되며 소란스럽지만 KTX보다 좌석도 넓고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구미로의 데이트를 위해서는 이동시간을 고려하여 주말의 달콤한 늦잠을 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일단 부산역에 도착하여 무궁화호의 예매된 제 좌석에 딱! 착석을 한 이후에는 완전 천상이 따로 없습니다.



어제는 책과 MP3를 준비해 갔습니다.
그리고 기차역에서 기름에 튀긴 포테이토와 커피를 샀습니다.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출발을 했고, 저는 포테이토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케첩을 조심스레 발라서 찬찬히 먹었습니다. 혼자 먹어 맛이 없다고 했던가요? 아니요. 훨씬 달콤하고 짭잘했습니다. 몇분되지 않아 작은 양의 포테이토는 동이 났지만 제 마음만은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포테이토와 함께 산 커피. 그것마저 제 삶의 여유에 행복을 더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행복해진 기분으로 MP3를 꺼내들었습니다. 저장되어 있던 클래식 한곡을 들으며 창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푸른 잔디들과 풀, 그리고 한적한 시골 풍경이 보였습니다. 어느때보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정신이 맑아진 듯 하였습니다.

 

그리고선 평소 관심이 생기려던 미술 관련 책을 펼쳐 찬찬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잘 이해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우아해진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두 챕터를 읽을 때즘 거의 목적지가 가까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덥고는 MP3의 목록 가운데 가요를 선택하여 기차속의 마지막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물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길이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만은 나른한 아침에 가장 느린 무궁화호 열차 속에서 느끼는 이 행복과 여유는 또 다른 기쁨이었습니다. 여행이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더 큰 행복이 숨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풍경을 보고 아름다움을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을 할 수 있고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더 큰 매력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멀리 멀리 여행을 다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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