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엄마만의 반어법 - 좋아도 싫은 척!

IamDreaming 2011. 9.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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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엄마의 생신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엄마한테는 생일선물로 절대 ‘돈’을 드리지 않습니다. 한번도 그 돈을 순전히 본인에게 투자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까닭입니다. 그 돈은 고스란히 통장으로 들어가 동생학비며 반찬비로 흔적없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매년 생신때마다 ‘옷’ 선물을 하는 것입니다. 엄마는 스스로 옷을 사시는 걸 본적이 거의 없을 뿐더라 옷을 사도 꼭 싼 것만 찾아 입으시는게 속상했었습니다. 그래서 한 브랜드를 정해놓고 이제 그 브랜드만 집중적으로 사 드리고 있습니다. 그 브랜드는 동네 가까운 곳에 있어 엄마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환하러 가는 것이 어렵지 않고 옷 가게 아주머니도 몇 번 엄마를 보시더니 체격을 잘 아셔서 ‘이 정도면 되겠다’고 적당한 것을 잘 권해 주십니다.


어제는 ‘바지’를 샀습니다. 엄마 허리사이즈를 아빠한테 물어갔는데 옷 가게 아줌마는 ‘그게 아닐건데...’하며 한 치수 작은 사이즈로 주셨습니다. 딱 보기에도 편해 보이고 질도 괜찮아 바로 구매를 하여 엄마에게 내 밀었습니다.




이거 뭣하러 샀냐?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럴때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든다 말인가? 안 든다 말인가? 교환하러 가란 말인가? 환불하러 가란 말인가?


저번에 바지 없다면서!


그러면 저도 이렇게 한마디 퉁명스럽게 툭 던지고서 그냥 나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물었습니다.


바지 입어보니 맞드나?

‘응 딱 맞드라’


딱 맞는 바지를 고분고분 입으면 될 것을 딸 돈 쓰는게 아까워 괜히 무심한 척 말만 던지고! 이게 우리 엄마의 대화법입니다. 도대체 그 속을 모르겠습니다. 안 그러신 부모님들도 많이 계시겠죠. 그런데 우리 집에 엄마는 평생 이런 반응을 보이십니다.
아빠는 더 심합니다. 대 놓고 아예 환불해 오랍니다. 정성스레 사러 가는 저의 맘도 모르고 말입니다.


요즘에는 엄마가 우울증이 있는 것 같아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엄마와 같이 여행을 같이 떠나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돈 모아서 해외여행 한 번 갈까? 그랬더니


‘호준(동생) 데리고 갔다 온나’

??’

흠...아니, 지금 이 여행의 핵심은 엄마인데 동생이랑 다녀오라니 저도 기가 안 찹니다. 하지만  엄마 역시 왜 가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냥 또 말만 무뚝뚝하게 내 뱉는 것이겠죠. 암튼 내년에는 그냥 비행기표부터 먼저 예약 해놓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무뚝뚝한 엄마. 무뚝뚝하게 말해놓고 밖에 나가


‘이 옷 딸래미한테 선물 받았다.’

‘아... 거기 갔다오니 좋더라. 낙원이 따로 없드라.’


하며 자랑할 지 누가 모를 줄 알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엄마!  이미 저도 엄마맘을 50%는 파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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