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카이스트사태 - 경쟁속으로 내몰린 학생들의 비극

IamDreaming 2011. 4.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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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과 뉴스에 연일 보도되는 카이스트 대학생 자살사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나 동생은 카이스트가 아닌 유니스트 즉, 울산과학기술대학교 1학년 재학중이다. 카이스트(KAIST)와 포스텍(POSTEC) 그리고 유니스트(UNIST) 사이를 고민하다 유니스트에 입학! 오히려 네임밸류(name value)가 떨어지는 유니스트에 입학한 것이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명성이 그만큼 적으니 경쟁도 더 약하지 않을까?하는 어쩌면 나의 바람섞인 믿음이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달 자살을 보며, 그리고 서남표 총장의  꿋꿋한 신념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첫째, 학생들의 자살에 관하여

우선 카이스트에 입학한 학생들은 초, 중, 고 시절 소위 '영재' 혹은 '천재'라는 찬사 한 번쯤은 들어본 수재들이다. 그런 그들이기에 자신에 대해 항상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졌을 것이고, 좋은 머리와 근성은 실패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한 번의 낙오도 없었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기술대학교인 카이스트에 입학할 수 있엇고, 자신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긍지는 하늘만큼 치 솟았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성적으로 매겨지는 등급과 학점으로 매겨지는 등록금은 여태껏 맛보지 못한 패배감이었음에 틀림없다. 인생 최대의 좌절이자 자존심의 훼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생의 포기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할 수 없었으리라.. 또한 그들은 어쩌면 인간적으로도 나약함을 지니고 있었겠지만, 항상 '최고의 길'만을 걸어왔고, 이야기를 나눌 친구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고 고독을 더 사랑했을 지 모른다. 1등이라는 자의식이 남과 다른 사람을 만들었을지도. 주위를 둘러봄에 소통할 수 없었음은 그들을 또 다른 방황으로 내몰았고 결국은 마지막 선택을 한 듯 하다.



둘째, 서남표 총장의 경쟁력

카이스트와 포스텍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대학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인재양성학교이다. 최고의 권위를 지닌 학교이며 또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총장은 카이스트의 경쟁력 강화를 그의 이념으로 내세웠으며 학생들을 차등화시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국민들의 세금이 우선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 단지 카이스트라는 이유만으로 100% 세금혜택을 받는다는 것도 비합리적이지만, 그 보다는 이분법적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과 하지 않는 학생의 두 분류로 나누어 경쟁을 심화시킨 것은 그의 이분법이 만들어낸 오류이지 않나 싶다. 수재들이 모인 학교에서 일등과 꼴등의 벽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일지도 모른다. 공부를 해서 1등, 공부를 안해서 꼴등이 아니라, 그 전공분야에서 약간의 이해력과 판단력의 차이가 있었을 뿐 아니었을까? 밤 새도록 죽도록 공부한다고 1등만 할 수 있을까? 사람은 저마다의 다른 능력을 타고 났기에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지나친 경쟁의식만을 갖도록 부추기기 보다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집중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강점을 찾아주는 게 대학의 역할이 아닐까? 서총장의 '1등만이 남는다'라는 경쟁의식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지만, 경쟁 속으로 몰리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숨통을 튀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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