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 혹시 도서관 가보셨어요?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라 함은 거의 99.9%가 '축제, 영화관, 행사장, 맛집 등등...' 사람 많고!, 볼거리 많고!, 사진 잘 나오고!, 자랑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99.9%의 생각을 뒤집어 엎고 학교 도서관을 데이트코스로 과감하게 추천하다. 이런 말이 나의 귓가를 맴돈다. '장난치나?', '돈 줘도 안 간다' ^^ ㅋ

근데 개인적으로는 도서관만큼 스릴이 넘치는 곳도 없다. 이제부터 상상해 보자.

첫째, 내 앞에 앉은 두 남녀,
100% 집중하고 있는데 앞에서의 애정행각, 한 대 때려주고 싶다.
그런데 만일 그 남녀가 우리라면?

상황이 바뀌었다. 바라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얄미워할런지, 당사자인 우리 둘은 너무 행복하다. 그냥 내 남자친구가 내 옆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잠이 오면 그 팔뚝에 잠시 기대어 누울 수도 있고, 지우개가 필요하면 남자친구한테 '지우개 좀~'하면 군소리 없이 지우개도 준다. 배가 고프면 합의 없이 바로 식당으로 향할 수 있고, 커피도 같이 한잔 할 수 있다. 이 작은 행복감!!! 
얌체 같아 보이지만 단 둘이 힘들게 공부하는 사람들 속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단, 너무 심한 애정행각은 안된다. 그냥 단둘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질투의 대상이 될 테니 말이다.

둘째, 혹시 도서관 책장사이에서 키스해보았는지...

도서관에 가면, 열람실 이외에 책을 빌리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다들 알겠지만 수십 개의 책장들로 서로 가로막혀 있다. 이곳!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찾는다고 걸어가다 보면, 아무도 없는 지점이 있다. 아니면 사람이 많이 없는 시간대였는지도...
마치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책장 사이로 눈을 맞추듯, 좀 가까운 연인이라면 그 책장 사이에서 키스해보는 건 어떤지? 진짜 스릴이 넘친다. '누가 보면 어떡해?' & '보면 어때?' ㅋ

셋째,  도서관 옆 작은 숲 속을 거닐어 보자.

학교도서관이라든지, 각 구(區)에 있는 도서관들은 그 주위에 나무로 둘러쌓은 작은 숲속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이 너무 갑갑하고 숨이 막힌다면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숲속을 거닐어 보자. 마치 산림욕 하는 느낌이 난다. 풀 밟는 소리는 심신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준다. 숲 속의 운치는 바로 나무의자! 그곳에 단 둘이 고즈넉하게 앉아 있으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현대인들은 볼 거도 많고 할 일도 많고 회식자리는 더더욱 많기에 정작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조용한 곳에서 행복해할 순간이 적다. 그럴 때 이런 정적인 곳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화시킨다.

넷째, 일단 도서관에 갔으니 책장 3장은 넘겼겠지.
공부했다는 느낌만으로도 우린 지적인 데이트를 끝낸 것이다.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속에서는 책 읽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이라 함은 하루이틀 보는 사이도 아니고 매일, 혹은 매주, 아님 한 달에 2,3번, 그렇게 1년, 2년을 만나는 사이일 텐데, 만날 때마다 하는 일이 밥, 커피, 영화, 쇼핑, 이야기, 친구들과의 수다 등등의 단조로운 생활들이다.
하루쯤은 재미있는 소설책이든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가방에 한 권 넣어 조용한 곳에서 읽는다면 어떨까? 일단 책을 펴긴 했겠지. 적어도 3장은 읽었겠지? 책을 닫는 순간 도서관에서 풍겨오는 지적인 기분으로 충만할 것이다.



나의 이 '도서관 추천'이 누군가에게는 죽어도 하기 싫은 경험이 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경험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학생이 남자친구를 사귄 덕분에 학교에 와야 했던 날이 많았던 나였지만, 학교가 싫지만은 않았다. 남자친구 옆에 앉아 함께 책을 읽고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참 행복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도서관에 온다. 졸업은 진작에 했고, 취직도 했다. 도서관에 오는 이유가 밀린 업무처리 혹은 자격증 시험공부를 위해서 이지만, 도서관에서의 데이트가 우리에게는 오히려 즐거움이자 뿌듯함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기에 요렇게 추천해 본다.^^;

* 만화그림출처 : http://blog.naver.com/rhrdn225?Redirect=Log&logNo=120105624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