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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60

남신의주南新義州 유동柳洞박시봉방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게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

책과 삶 2012.03.25

개밥바리기 별

두 번째 읽는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무엇이었는지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과연 책이란걸 곱씹고 또 곱씹어야 기억이 나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책읽기가 너무 대충이었기 때문일까? 아무튼 둘 중 하나는 문제가 분명하다. 황석영의 소설 개밥바라기별은 '준'이라는 학생의 성장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놓은 책이다. '준'이라는 학생의 청소년기는 어쩌면 부러울 정도로 휘황찬란하다. 이 시대 청년기를 이렇듯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수업은 듣지 않고 산에 한 달쯤 들어가 사색에 잠기고, 커피숍을 아지트로 친구들과 몰려다닌다면 십중팔구는 '문제아'로 낙익찍히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개밥바라기별은 어른들의 시각이 아닌, 학생 본인의 시선으로..

책과 삶 2012.03.02

소크라테스의 변명 - 다르게 해석하기

'너 자신을 알라'고 외쳤던 소크라테스! 과연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상상하면서 무엇을 떠 올릴까요? 자신에 대한 인지? 이성과 양심? 유명한 철학자였다? 산파술에 능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저에게 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지혜롭고 슬기롭고 철학적인 색채가 강했던 소크라테스이지만, '변명'이라는 글을 통해 제가 느낀 소크라테스에 대한 인상은 사실... 지적인 면과 함께 약간의 '잘난척쟁이'라고 해도 될까요? 철학계의 대가인 그에게 '잘난척쟁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것이겠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다른사람들.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보다 지혜롭고 그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알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잘난건 잘난것인데, 그 잘난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 잘난것이 사람들 눈에 '잘난척'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책..

책과 삶 2012.01.20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고등학교 시절 은 국어시험지의 단골 메뉴였다. 근대화를 거치며 우리가 겪어야했던 부와 빈의격차,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가난, 사회의 부조리... 수능생이었던 그 시절, 아마 그때는 이 책에 대해 주제를 파악하는 일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이 책의 제목을 대한지 10년만에 책을 직접 손에 넣고 읽었다. 읽으며, 가난하다는 것은 참 억울한 일임을 새삼 느꼈다. 책은 큰오빠, 작은오빠, 그리고 막내여동생인 영호, 영수, 그리고 영희의 관점에서 바라본 가난을 적었다. 그저 그들의 삶을 묘사했다. 가난이라는 것은 집을 포기하게 만들고, 학업을 포기하게 만들고, 여자로써의 정체성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많이 포기함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명의 형제는 몇달 간격으..

책과 삶 2012.01.18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 자신이 너무 '나밖에' 모르는 사람은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 내 안의 상처만 가엽히 여겨서 다른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건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삶이 피폐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상사들의 불합리성을 너무 비판하고 불평만 하고 있는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필요한 것이 무언지를 생각했고, 다른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자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시와 소설을 가까이 하고자 합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한 책을 읽었는데, 중학교 교사가 중학생들에게 시와 소설을 가까이 해야하는 이유를 적은 책이었습니다. 사실, 그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시와 소설은 타인의 삶에 공감하기에 큰 매개체가 된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

책과 삶 2012.01.13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나이듬, 그리고 지혜

땡땡이를 여러번 쳤던 독서치료수업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다음주 마지막 수업을 하고 수업을 들었던 분들과 '처음'으로 점심식사를 함께하고나면 길고도 짧았던 수업이 끝이 니다. 수업초기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불같은 열정으로 책을 꼬박꼬박 읽고 수업에 임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 열정은 빛을 잃어가고 이제는 책을 읽지도 않은채 수업에 덜렁 참가해 버립니다.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책은 안 읽어도 수업에는 참여하라고! 책 안 읽었다고 아무도 혼내지 않습니다. 읽으신 분들은 읽으신분들데로 책의 내용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읽지 은 저같은 사람은 그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우고 깨닫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저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은 배운듯 합니다. 이번주..

책과 삶 2011.11.24

김용택의 시 '아내의 꿈'

시집을 한 권 샀습니다. 시집은 제가 세번째로 직접 사 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제 삶이 바짝 말라 있었나 봅니다. 시를 읽을 생각도 여유도 없었으니까요. 백두도인님의 블로그에 놀러가서 도인님의 시를 한번씩 있습니다. 시를 읽을 때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야만 그분의 마음과 감정을 함께 느낄 수가 있으니까요. 어쩌면 제가 시를 접하게 된게 백두도인님의 글을 보고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백두도인님의 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까지 는 '시'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제야 드는 생각입니다만, 시는 뭐랄까... 산문보다 몇 배는 더 큰 여백을 지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깊고 잔잔한 여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한 편의 시를 읽고 나서는 바로..

책과 삶 2011.11.17

땅끝의 아이들 - 절대자의 힘으로 자신을 사랑하라!

이 책은 전문화부장관인 이어령씨의 딸 이민아씨의 간증집입니다. 힘겹고 어려웠던 그녀의 삶은 결국 하느님을 통해서 구원받았고 그녀는 하느님을 통해 사랑을 느끼며 충만해졌습니다. 그녀의 삶에는 굴곡이 많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민들 갔으나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어린 아들을 혼자 돌보며 어렵게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나 재혼을 하여 둘째 아들을 얻었으나 둘째아들은 자폐를 앓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큰 아들이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으로 하늘나라로 가고 맙니다. 아픈 자식과 하늘나라로 먼저 간 자식... 누구나가 들어도 가슴이 찢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훌륭하게 극복해 냅니다. 바로 하느님의 힘으로 그녀는 이 모든 슬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아픔이 아닌 타인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책과 삶 2011.11.16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 그의 가치!, 세상을 바꾸다

처음 이 책을 받고 읽기를 시작하였을때 저자 박원순님(이하 박원순)의 글을 보고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니 생각이 당황스러웠다. 젊은이들에게 지금 당장 시골로 가서 살아보라니...농촌에서 살며 시골마을의 이장을 해보라고 권했다. 이런 그의 권유를 듣고 정말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집어치고, 혹은 취업을 포기한 채 시골로 가는 젊은이들이 있을까싶은 반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덮을때쯤에는 아.. 농촌으로 귀농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구나 싶었다. 대기업, 재력, 권력, 승진, 1등, 명문대, 앞서감... 여기까지는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갈구하고 있는 가치이다. 이것들은 갈구하면 할 수록 더욱 목마르고 채워지지 않은 욕구이자 가치들이다. 박원순은 아름다운 가치사전에 등록된 가치는 ..

책과 삶 2011.11.13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정신과 의사가 쓴 책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는 사랑을 주제로 한 독서치료 수업을 위해 읽은 책이었다. 기본적으로는 프로이드의 이론에 비추어 상담을 받으러 온 환자들을 행동을 분석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러니까 이론을 바탕으로 행동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수업에 참여한 한 분은 사례보다는 이렇게 분석적이고 이론을 곁들여, 뭔가 배울 수 있는 책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며...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왜? 저자는 프로이드의 이론에 비추어 환자, 혹은 영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분석하고 있지만 난 의사의 태도가 싫었다. 마치 프로이드의 이론으로 모든 것이 분석되는 듯한 ..

책과 삶 201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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